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떤 만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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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의 티저 및 트레일러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할리 퀸이었습니다. 킬러 크록이나 엘 디아블로 같은 인물들도 개성이 넘쳤지만 할리 퀸의 예쁘고 생기발랄한 사이코스런 모습에 미치질 못했죠. 특히나 배우 마고 로비의 딱 들어맞는 모습에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리 퀸은 처음엔 TV 애니메이션 <Batman: The Animated Series>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습니다. 배트맨에게 로빈이 있듯이, 조커의 곁에 할리 퀸을 붙여주었던 것이죠. 현재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귀여운 어릿광대의 모습을 한 할리는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였어요. 조커에게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 이용당하다가 때로는 버림받기까지 하는 할리를 사람들은 좋아해줬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높아지자 코믹스에까지 등장하게 된 경우인 것입니다. (배트맨의 적인 록시 로켓도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가 코믹스에 진출했습니다)

할리는 DC 코믹스의 설정 변경을 통해 전투력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전보다 더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는데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가 하면 사소한 이유로 동정심을 베풀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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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는 1959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엔 릭 플래그 주니어와 그의 여자 친구를 비롯한 동료들이 수퍼히어로들 대신 위협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6년에 지금과 같은 흉악범들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설 수 없는 임무들을 수행하는 타입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미드 <제 5전선(Mission: Impossible)>(1966년)과 영화 <특공대작전(The Dirty Dozen)>(1967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제 5전선>은 이후 <돌아온 제 5전선>으로 미드 시리즈가 다시 이어졌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죠. 반대로 영화 <특공대작전>은 미드 <12인의 특공대>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공식 명칭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팀이지만- 태스크 포스 X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말 그대로 “자살특공대”라는 별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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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등장하는 데드샷이나 캡틴 부메랑 등이 대표적인 구성원이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인물들이 이 팀에 들어왔다 나갔습니다. 포이즌 아이비, 베인, 킬러 프로스트, 펭귄, 캡틴 콜드 같은 유명한 빌런은 물론이고, 슈퍼보이나 오라클, 파워걸 같은 히어로들도 이 팀에서 활동했었습니다. 유명 코믹북 스토리 작가인 그랜트 모리슨도 “더 라이터(The Writer)”라는 이름으로 스쿼드의 멤버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존 오스트랜더라는 작가가 스토리를 쓸 당시였는데, 이 그랜트 모리슨 캐릭터는 임무수행 중에 죽었습니다).

원작에는 없던 조커의 합류가 참 파격적이면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그러고 보니 할리도 없었죠).

 

이들의 통제는 아맨다 월러(모든 국내 번역은 아만다 월러로 표기됩니다만)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흉악범들보다 더 무서운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죠. 정부의 이익 -또는 세계평화를 위해- 흉악범들을 소모품으로 다루며 굴립니다. 목에 초소형 폭탄을 심어 놓아 정체가 노출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폭파시켜 버립니다. 이러니 할리 퀸마저도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없죠.

일부러 흉악범들을 데려다 임무를 맡긴다=몹시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사실입니다. 임무만 완수한다면 죽어도 그만입니다. 인권이고 뭐고 없죠.

민간인 피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정부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덮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그보다는 이 팀의 존재가 밝혀지는 것을 더 신경씁니다. 원작을 생각해보면 영화에서는 몇 명이나 죽을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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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임무마다 여러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DC의 뉴 52 리부트 이후의 버전에서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멤버들이 그리 자주 바뀌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잘 죽지도 않고, 재미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스토리가 뭔가 긴박감도 덜 하고 상대하는 적들도 존재감이 미약해서 공감이 안 가는… 왠지 모르지만 <뉴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제목이 바뀐 뒤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할리와 데드샷이 있어서 볼 가치가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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