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몬스터 총집합! 몬스터즈 언리쉬드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기고한 글들을 약간의 수정을 가하면서 다시 작성했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에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사상의 차이로 인해 히어로들끼리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뮤턴트 종족이 없어지기도 한다. 히어로들이 죽었다가 부활하는 것은 흔한 일이며, 심지어 우주 자체가 멸망했다가 다시 살아나기까지 한다(이건 좀 심했다).

마블 코믹스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점점 새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쏟아내야만 하고, 독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제는 하늘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마블 히어로들이 새로이 상대할 대상은 바로 몬스터인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나 <신고지라>에서 볼 수 있듯이, 한때 붐을 일으켰던 괴수물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 문화산업계의 현상 중 하나이다. 이에 질세라, 마블 역시 이 현상에 동참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슈퍼 히어로들의 전성기가 막 시작되려는 1960년대 초반에 마블은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등장시켰고, 그 중 상당수는 전설의 작가 스탠 리와 전설의 아티스트 잭 커비 콤비의 손에서 탄생하여 히트를 기록했다. 심지어 70년대에는 닉 퓨리와 쉴드 요원들이 일본에서 건너온 고질라를 상대하는 <고질라>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마블의 새 시리즈인 <몬스터즈 언리쉬드>에서는 세계 곳곳에 비처럼 쏟아지는 거대 몬스터들의 습격을 다룬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몬스터들이 수없이 떨어져 전 세계의 도시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지구 전역이 아수라장이 되고, 어벤저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엑스맨, 챔피언스, 인휴먼즈, 블랙 팬서, 닥터 스트레인지… 모든 히어로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출동한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물리치는데 성공한 듯 보였으나, 곧이어 우주를 방어하고 있던 캡틴 마블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

 

일단 독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마블 코믹스에서 몬스터들은 슈퍼 히어로들에게 밀려서 어쩌다 까메오로 등장하는 수준으로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번 이야기로 수십 년 만에 전면에 재등장하게 되었고, 과거의 몬스터 팬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물론 실망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이야기가 너무 가볍고 몬스터가 너무 강해서 히어로들이 제대로 돋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작진이 숨겨온 설정이 드러나면서, 그 동안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에 지쳐있던 독자들은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보며 즐거움을 되찾아가고 있다. 사실 용사가 괴수와 싸우는 구도는 용자물의 정석이며, 슈퍼 히어로물의 근원을 찾아간 설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블 입장에서는 자사의 풍부한 자산인 몬스터 캐릭터들을 재조명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몬스터즈 언리쉬드>는 코믹스와 동시에 마블 퓨처 파이트나 어벤저스 아카데미 같은 게임에도 새로이 업데이트되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게임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진행했는지도 모르겠다.

 

마블 퓨처 파이트(이하 마퓨파)의 이번 업데이트는 키드 카이주, 아마데우스 조(헐크), 엘사 블러드스톤과 함께 메두사와 문걸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 신캐릭터로 소개된 키드 카이주는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다.

 

티저 영상을 보면 소년이 여러 몬스터들을 소환해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키드 카이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 아이의 능력이다. 케이 카와데라는 본명을 가진 이 아이는 인휴먼즈가 지구에 퍼뜨린 테리젠 미스트로 인해, 몬스터를 그려서 그대로 현실에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키드 카이주는 일본계 미국인이고, 그림으로 소환해서 배틀을 벌이는 것 또한 전형적인 일본 만화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을 괴수대국임으로 인정한 설정이라 하겠다.

코믹스에서는 자신의 소환능력을 이용해서, 지구상의 몬스터들을 소환해 우주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도록 한다. 슈퍼 히어로들과 몬스터들의 연합군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빨간 티라노 사우르스와 함께 하는 문걸의 본명은 루넬라 라파예트로 천재인 아마데우스 조가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으로 인정한 인물이다.

원래는 초능력이 없었지만, 테리젠 미스트로 인해 인휴먼이 된 후에 빨간 공룡과 서로 의식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빨간 공룡은 ‘다이노소어 월드’라는 공룡세계에서 온 데블 다이노소어라고 한다. 엄청난 괴력과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뮤턴트 공룡으로, 고질라와도 싸운 적이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문걸이 만든 장치를 통해 이쪽 세계로 넘어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마퓨파에서도 문걸이 데블 다이노소어를 소환하여 함께 싸운다.

이번 마퓨파 업데이트에서 가장 멋지고 탐나는 유니폼은 아마데우스 조의 것이라는데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근엔 가족휴가를 떠난 키드 카이주가 하와이에서 취미인 그림을 그리다가 몬스터들을 소환하는 바람에 아마데우스 조가 이들을 물리치는 일이 있었다.

마퓨파에서는 이때의 아마데우스 조를 묘사한 듯하다. 헐벗은 헐크에게 이토록 유니폼이 잘 어울릴 줄이야.

 

하와이에서 아마데우스 조와 싸운 몬스터 중에는 마블에서 가장 유명한 드래곤인 핀 팡 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퓨파에서 키드 카이주가 타고 날아다니는 그 드래곤이다.

핀 팡 품은 수천 년 전에 마클루IV 행성에서 온 변신외계인이다. 지구 정복을 꿈꾸며 중국에 도착한 것까진 좋았으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이 잘못되어 거대한 무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현대 사회에 이르러 사악한 만다린이 핀 팡 품을 깨웠다. 만다린은 중국을 공격하도록 시켰으나, 아이언맨이 나타나 이를 방해했다.

거의 불로불사에 가까운 핀 팡 품은 입에서 산을 내뿜을 뿐 아니라, 텔레파시 능력도 상당해서 파충류들을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일본 근해의 몬스터섬으로 쫓겨나 있다.

핀 팡 품은 어벤저스 아카데미에서도 등장한다. 어벤저스 아카데미가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또 하나의 마퓨파 업데이트 캐릭터인 엘사 블러드스톤은 마블 최고의 몬스터 헌터이다.

신비한 운석 덕분을 얻고 초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각종 사냥스킬을 전수받은 엘사는 초인적인 힘을 갖고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독에 저항하는 피가 흐르고 있어서 각종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능력자가 될 수 있었다. 마퓨파에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형 라이플을 들고 블랙 위도우 못지않은 화려한 전투솜씨를 자랑한다.

<리전 오브 몬스터즈>나 <넥스트웨이브>, <시크릿 워즈: 마블 좀비스> 등의 시리즈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조연이나 까메오로 많이 활약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닥터 둠이 소집한 새로운 어벤저스 팀의 멤버가 되기도 했다.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리는 이 시리즈에 빠질 수 없었던 엘사는 키드 카이주를 직접 캐스팅하여 히어로들을 돕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마퓨파의 업데이트에서 예상을 깨고 키드 카이주와 문걸이라는 두 미성년자가 메인으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일부 해외 유저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이 게임 속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두 캐릭터가 모두 소환능력을 통해 공격면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런 의견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도르마무와 고스트 라이더 같은 캐릭터들이 추가되면서 이젠 누가 몬스터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여전히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이번 업데이트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몬스터즈 언리쉬드> 코믹스 시리즈는 현재 마지막 대단원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어벤저스 VS 엑스맨>이나 <시크릿 워즈> 같은 마블의 빅 이벤트 이야기들이 다소 어려운 설정에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많은데, 이번엔 과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결말이 이루어질지, 키드 카이주가 결정적인 활약을 해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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